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

조아윤
3 min readJan 8, 2020

냄새였다. 영국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. 난들 알았을까. 기숙사 옆방 문이 열릴 때 나던 짙은 라이치 향이, 4년 후 비슷한 향을 맡는 순간, 그 때 그 열린 문 틈으로 흘러나오던 달뜬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낯선 언어, 문이 닫히고 다시금 찾아오던 고요한 밤공기, 그 모든 이질적인 것들이 주던 낯선 감정들을 추억으로 환기시켜 이토록 나를 요동치게 할 줄은.

이번엔 크리스마스 재즈 공연이 열린 오래된 교회였다. 눅눅한 날씨 탓인지 낡은 카펫과 오래된 나무의 냄새가 흠뻑 났고, 순식간에 나를 또 다시 4년 전 영국 쉐어하우스로 데려다놨다.

침대가 방의 어느켠에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나 스스로도 좀 놀라웠지만, 방에서 바라보곤 하던 창문 만큼은 생생하게 눈에 보였고 거기서 부터 기억의 문을 열고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무심하게 자란 화분들이 늘어선 다이닝 룸, 룸메이트들이 퇴근하고 와인 한 잔 곁들여 간단히 만든 파스타같은 것을 먹곤하던 소파를 지나 가장 추억이 많은 길다란 주방까지. 처음 이사오는 날 몸살이 걸려 살겠다고 직접 해먹은 미역국과 매일 학교가기 전 주방에 서서 호다닥 먹었던 시리얼. 처음 먹어본…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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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아윤

UX Design, Design Thinking and Team Dynamic. www.soul-farmers.con